아이를 키워본 적이 있다면 공감할 이야기 :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유모차를 장만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때 처음 알았습니다. 큰 유모차부터 시작해 작은 유모차, 접을 수 있는 유모차, 색상과 디자인 그리고 중고 유모차부터 신품 유모차까지, 유모차의 종류가 이렇게 다양하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유모차는 꼭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절대 싸지 않아서 한동안 잘못된 제품을 고를까 노심초사했습니다. ‘너무 비싸면 어떻게 하지?’ ‘싼 게 비지떡이면 어떻게 하지?’ ‘필요한 기능을 놓치고 잘못된 제품을 사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에 거의 마비된 것 같았습니다. 이 체험은 아이가 태어나기 전 겪었던 모든 경험 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기억이 되었습니다. 이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종종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불행하게도 의사 결정에 마비를 겪는 경험(‘수서양단首鼠兩端’이라고도 하죠.)은 유모차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2000년에 심리학자인 Iyengar와 Lepper는 식료품 상점에 잼을 판매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들은 첫날에는 점포 내에 24가지 종류의 잼을 진열하고, 둘째 날에는 같은 진열장에서 6가지 종류의 잼을 진열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다양한 제품이 구비된 진열장은 소비자의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오히려 낮은 판매확률을 보였습니다. 심지어 판매되더라도 소비자가 구매의 결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더 길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Hick’s Law라고도 불립니다.
이러한 현상을 살펴볼 수 있는 또 다른 관점이 바로 정보 과부하(information overload)입니다. 정보 중독, 정보의 과잉, 정보 과부하, 정보과다수집증, 정보의 홍수(flood of information)라고도 부릅니다. 부르는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같은 현상을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정보과부하 (information overload)
사용자에게 더 많은 정보와 옵션을 제공할수록, 사용자 역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늘어나기 때문에 실제로 무언가를 결정하기 어려워지는 역설적인 현상을 일컫는 단어입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입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용자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면, 사용자가 실제로 결정을 내리고 제품에 만족감을 느끼기가 (쉬워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선택지를 줄수록 사용자는 실수하기가 쉬워지고 궁극적으로 만족도가 낮은 선택을 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정보 과부하를 겪는 사용자나 고객이 매일 겪는 일반적인 사례들입니다.
정보과부하 사례
- 메뉴옵션
- 제품진열
- 서비스 약관
- 가격과 청구 옵션
- 사용자 인터페이스
- 의사소통
1. 메뉴 옵션
Cheesecake Factory에서 저녁 식사할 때를 생각해보세요. 지나치게 많은 메뉴와 옵션은 오히려 손님을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손님 역시 어떤 메뉴가 자신에게 맞는지 선택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Cheesecake Factory
1978년 베벌리힐스 1호점을 필두로 현재 미국 전역에 체인점이 있는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입니다. 샐러드부터 파스타, 피자까지 다양한 메뉴와 더불어 50가지 치즈케이크와 디저트가 구비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전국에 가맹점이 있다는 점, 메뉴가 다양하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한국의 빕스와 일부 흡사합니다.
2. 제품 전시
인터넷 쇼핑몰(이커머스, e-commerce)이나 제품 페이지 혹은 식료품 가게 업무를 담당하는 독자라면 반드시 정보과부하를 고려해야 합니다. 소비자가 고르기에 지나치게 많은 제품은 오히려 소비자를 잘못된 구매나 — 혹은 아예 구매하지 않는 행동으로 유도할 수 있습니다.
3. 서비스 약관
서비스 약관은 깁니다. 그리고 대부분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약관의 압도적인 양을 고려하여 사용자와 고객에게 약관을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옵션’을 주는 편이 좋습니다. 이에 대한 모범사례로는 페이스북이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서비스 약관을 여러 세부항목으로 나누어 사용자가 읽을 수 있는 길이로 쪼갰습니다. 특히 고객이 계약서에 사인하거나 비용을 지급하는 순간에는 더더욱 신경 써야 합니다.
4. 가격과 청구 옵션
정보 과부하 현상을 일으키는 흔한 원인 중 하나는 가격 페이지입니다. 구매 촉진을 목적으로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는 건 오히려 구매 결정을 어렵게 만듭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허브스팟은 가격 페이지를 반응형으로 재구축하여, 잠재고객이 원하는 가격선이나 기능으로 필터링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5. 사용자 인터페이스
자사의 웹사이트나 툴, 제품을 위한 메인 페이지나 홈 스크린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통해 나머지 인터렉션(interaction)의 톤앤매너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보는 홈페이지나 인터페이스가 모듈, 텍스트, 이미지나 비디오 등으로 어수선하다면 아무래도 좋아하기 힘듭니다. 또한, 다음 행동을 취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찾기도 어렵습니다. 설명할 예시는 The Daily Mail의 특정 페이지입니다. 영국의 왕족에 대한 정보로 가득 차 있지만 어디서부터 읽어야 할지 혹은 무엇은 먼저 봐야 할지 결정하기 어렵습니다.
6. 의사소통
지금 바로 독자 여러분의 이메일 수신함을 생각해보세요. 쇼핑몰에 가입한 직후에 광고 이메일이 날아온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고객은 이메일 구독에 따라오는 각종 혜택 – 사고 싶었던 제품에 대한 할인 – 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광고 메일이 지나치게 많다면 가입 직후일지라도 바로 이메일의 구독 취소 버튼을 누를 것입니다. 매력적인 제안일지라도 고객과 사용자는 전화, 이메일, 슬랙 그리고 일반 우편 등이 넘쳐나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따라서 어떻게 의사소통할지 집중하는 전략이야말로 정보 과부하를 방지하는 열쇠입니다.
이어지는 포스트에서는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정보과부하를 방지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관련 팁을 누구보다 빠르게 얻고싶은 독자라면 헬로디지털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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